수복호 사람들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 김보섭 씨의 사진집 『수복호 사람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인천 토박이인 김보섭 씨는 인천만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작업하며, 인천 중에서도 특히 인천 사람들의 생활의 냄새 짙은 삶과 개발로 인해 사라져 가는 인천 모습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는 작가입니다.
수복호는 인천 근해의 작은 섬으로 굴을 따는 아주머니들을 싣고 다니는 배입니다. 작가는 ‘굴 따는 배’ 수복호를 함께 타고 다니면서 그 배의 선주와 굴 따는 아주머니들을 흑백사진에 담았습니다. 작가는 그들과 함께 살을 부딪치며 생활하였고, 그들의 깊은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가이자 중앙대 명예교수 한정식 선생은 서문에 작가가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대상과 작가가 진정으로 발가벗고 만나고서야 이러한 영상은 맺힌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곳의 굴 따는 아주머니들은 이북에서 피난 나온 분, 전라도나 충청도 등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오신 분 등 하나같이 형편이 어려워 생계를 위해 나온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간 굴 따는 일을 하여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자식들 뒷바라지까지 해낸 장한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삶은 고되고 어려웠지만 결코 운명에 순응하였고 역경을 극복해 왔습니다.
작가는 1998년 인천 연수동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부터 조개 캐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만석동과 화수동에 가게 되었는데 이북 피난민들이 내려와 굴과 조개를 캐던 과거의 모습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반드시 이곳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을 강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총 88장의 ‘끈끈한 바닷바람과 소금기가 진하게 밴’ 흑백사진에 작가의 설명 그리고 수복호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어 그들의 지나온 고된 삶과 의지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